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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해본 적 없던 생을 덜컥 선물받아버렸단 것을 깨달았던 어린 날의 어느 날이 생각납니다. 그날 이후 살아가는 날 내내 숨 하나에도 죄책감이 새어나왔어요. 생일을 기념하여 이별을 선물받았던 날에 확신하게 되었죠. 아, 이번 생은 축복이 아니구나라고요. 생에 지워진 무게는 같을 것이라고 모두가 저마다의 벌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일 거라고 근거없는 위로를 해보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왜 생이 밉고 사람이 밉고 실은 내가 미웠던 것임을 깨달을수록 더 더 집착하게 되는 것인지. 미울수록 더 갖고 싶어지더라고요. 일 년 중 가장 싫어하는 달이 언제인가 손꼽아보자면 단연코 9월이었습니다. 바로 제가 태어난 날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내가 나를 피해서 달아나면 달아날 수록 나는 나를 더 끈질기게 따라붙었습니다. 나의 탄생을 이토록 저주하는 것은 실은 너무나도 사랑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이겠죠.
뒤늦게 깨닫게 된 진실 앞에서도 여전히 고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받아야만 나 자신을 긍정할 수 있다는 것은 겨우 숨 한 번에도 쉽게 불어 끌 수 있는 촛불같았어요. 하지만 그래서 더 빛나는 것이 바로 ‘생’ 아닐까요. 유한한 생명, 우리를 우리로 있게 하는 약속, 결코 영원하지 않을 외로움들이니까요.
생일 케이크 위에 올라간 촛불을 떠올립니다. 저 빛을 기쁘게 축하하고 싶어요. 곧 꺼질 것임을 알기에 더욱 더 기쁘게 기쁘게요.
글. 브레이브 썬샤인, 전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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